일기
머리아픈 새벽
기린c
2010. 6. 8. 03:29
머리가 쑤시는데 약 때문인지 술때문인지 모르겠다. 홀딱벗은채로 거울을 보다가 상체에 있는 뼈가 피부위로 모조리 다 보이는데에 좀 충격을 먹었다. 힘을 아무리 줘도 붙지 않는 허벅지도 이상하다. 어떻게 이렇게 된거지. 그래서 닭을 한마리 사와서 하루종일 꾸역꾸역 다 먹고 누텔라 한통을 손가락으로 바닥까지 싹싹 긁어서 다 비워냈다. 개운한 기분은 아니다. 원했던게 아닌데 싶어서 그런가?
밤을 새고 아직 날이 밝아오진 않지만 6시가 지난 새벽이다. 오늘은 대런의 오프닝이 있는날이다. 주말도 휴일도 없이 매일 학교에 나와서 작업 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무얼 하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니 어제 대런이 카메라를 빌려줬다. 친구가 빌려갔다더니 그 친구가 안쓰는거 같다고 너 쓸거면 받아다줄게해서 갖다준 미니다이애나다. 지금 생각해보니 오묘하네. 대런이 빌려준 카메라 이름이 다이애나라니!
신나서 바로 달려 나가 필름까지 사서 끼워 넣었는데 사진은 한장도 찍지 않았다. 뭐가 겁나는건지 뭐가 귀찮은건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셔터를 내리는 순간 망가져버릴것 같아서 겁이났다. 사실 무얼 찍고싶은건지도 모르겠다. 아니 딱 하나 있긴하다. 대런의 모습을 담고, 그 필름을 내가 프로세스하고 내 손으로 프린팅하고싶다. 요즘의 내 생활은 대런을 빼고는 아무것도 되지가 않아서 조금 비참하다. 몇달전부터 오프닝에 꼭 가야지 벼르고있었는데 안가게 될 것 같다. 아티스트토크는 언제냐고 물어보는 나한테 어제야, 이미 지났어 하는건 무슨 심보야? 오는 토요일인거 다 알고있어. 그건 꼭 가야겠다.
나 다음 2주간 엄청 바빠. 근데 그말 나 2주전에도 들었는걸.. 시무룩한 표정으로 있으니까 알았어 그럼 수요일. 당연히 나보다는 일이 중요한걸 알지만 그래도 제일 앞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어. 지나친 욕심인거 아지만서두..올해 시작부터 지나치게 당신을 의지하고있어서 다섯달 후가 너무 무섭다. 지금까지 내내 나한테 방향을 제시해 줬는데 더 이상 못보면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주저앉아버릴것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