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주러 나갔다. 언제나 처럼 토끼장을 열면 배가 고픈 혜숭이가 코를 내 손에 부딫혀올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가만히 누워있었다. 본 순간 이제 다시는 움직이는 혜숭이를 볼 수 없구나 하고 알았다. 그런데도 믿기지가 않아서 가만히 보고있었다. 배가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을 것 같아서. 손을 대기가 무서웠다. 만질 수가 없었는데.. 동생이 만져보고는 말했다 "언니, 차가워" 정말 그랬다. 차갑고 딱딱했다. 언제나 처럼 보들보들하고 따뜻한 감촉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음이란 언제나 차갑고 뻣뻣하기만 하다. 마음까지 뻣뻣하고 차갑게 얼려버린다.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마당 한 쪽에다가 미친듯이 땅을 팠다. 깊고 넓게, 그렇게 계속 팠다. 깊어서 더 이상 파지 않아도 되는데 죽은 혜숭이를 데리러 가는게 무서워서 계속 땅을 팠다. 계속 파다가 더 이상 팔 수가 없어서 혜숭이를 데리러 갔다. 결국 내가 만질 수가 없었다. 딱딱하고 굳은 혜숭이를 내가 안지 못했다. 동생이 들어다가 옮기는데 흐려진 토끼 눈만큼 내 눈도 흐려서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땅을 판 곳에 토끼를 잘 놓고 흙을 덮어야하는데 그 고운 털에 흙을 뿌리는게 미안했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죽음을 끝까지 지켜 보지도 못했는데 죽음의 과정의 끝을 보았다. 몇 년 전 영안실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나는 새하얀 시신을 생각했는데 할아버지는 살아생전 모습이랑 같았다. 그냥 주무시고 계시는것 같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원래 마지막으로 가족들이 볼때는 시체에 화장을 한다고 했다. 살아있는것처럼. 차라리 내 혜숭이가 그렇게 온전한 모습으로 죽었다면 이렇게 슬프진 않았을 것 같다. 다 내 책임이다.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 사실 아직 믿기지가 않는다. 믿기지가 않는데 믿겨지는것도 같다. 혜숭이를 다 묻어주고 상실감에 그 앞에 서있는데 멀리 있던 에룩이가 무덤 앞으로 와서 무덤을 조금 파헤쳤다.잠깐 그러다가 무덤 주변을 계속 맴돌았다. 토끼도 아는걸까? 흰 장미를 무덤 위에 얹고, 토끼장에 왔는데 짚 한가운데, 혜숭이가 누워있던 곳이 뻥 뚫려있다. 내 가슴에도 구멍이 뻥 뚫려있다. 오히려 죽은게 잘 된거다. 더 고통받는 것 보다 이렇게 간게 잘 된거다. 내가 괴로운건 죄책감때문이 반 이상이다 이기적인 인간이라서. 안녕. 내가 사랑했던 토끼야. 언제나 미안해하면서 살아야겠다.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 속이 너무답답해서 풀어내고싶은데 이렇게 쓰면 풀릴 줄 알고 시작했는데 정말 모르겠다. 더 답답해..
일기2007. 11. 29. 17:19
밥을주러 나갔다. 언제나 처럼 토끼장을 열면 배가 고픈 혜숭이가 코를 내 손에 부딫혀올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가만히 누워있었다. 본 순간 이제 다시는 움직이는 혜숭이를 볼 수 없구나 하고 알았다. 그런데도 믿기지가 않아서 가만히 보고있었다. 배가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을 것 같아서. 손을 대기가 무서웠다. 만질 수가 없었는데.. 동생이 만져보고는 말했다 "언니, 차가워" 정말 그랬다. 차갑고 딱딱했다. 언제나 처럼 보들보들하고 따뜻한 감촉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음이란 언제나 차갑고 뻣뻣하기만 하다. 마음까지 뻣뻣하고 차갑게 얼려버린다.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마당 한 쪽에다가 미친듯이 땅을 팠다. 깊고 넓게, 그렇게 계속 팠다. 깊어서 더 이상 파지 않아도 되는데 죽은 혜숭이를 데리러 가는게 무서워서 계속 땅을 팠다. 계속 파다가 더 이상 팔 수가 없어서 혜숭이를 데리러 갔다. 결국 내가 만질 수가 없었다. 딱딱하고 굳은 혜숭이를 내가 안지 못했다. 동생이 들어다가 옮기는데 흐려진 토끼 눈만큼 내 눈도 흐려서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땅을 판 곳에 토끼를 잘 놓고 흙을 덮어야하는데 그 고운 털에 흙을 뿌리는게 미안했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죽음을 끝까지 지켜 보지도 못했는데 죽음의 과정의 끝을 보았다. 몇 년 전 영안실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나는 새하얀 시신을 생각했는데 할아버지는 살아생전 모습이랑 같았다. 그냥 주무시고 계시는것 같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원래 마지막으로 가족들이 볼때는 시체에 화장을 한다고 했다. 살아있는것처럼. 차라리 내 혜숭이가 그렇게 온전한 모습으로 죽었다면 이렇게 슬프진 않았을 것 같다. 다 내 책임이다.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 사실 아직 믿기지가 않는다. 믿기지가 않는데 믿겨지는것도 같다. 혜숭이를 다 묻어주고 상실감에 그 앞에 서있는데 멀리 있던 에룩이가 무덤 앞으로 와서 무덤을 조금 파헤쳤다.잠깐 그러다가 무덤 주변을 계속 맴돌았다. 토끼도 아는걸까? 흰 장미를 무덤 위에 얹고, 토끼장에 왔는데 짚 한가운데, 혜숭이가 누워있던 곳이 뻥 뚫려있다. 내 가슴에도 구멍이 뻥 뚫려있다. 오히려 죽은게 잘 된거다. 더 고통받는 것 보다 이렇게 간게 잘 된거다. 내가 괴로운건 죄책감때문이 반 이상이다 이기적인 인간이라서. 안녕. 내가 사랑했던 토끼야. 언제나 미안해하면서 살아야겠다.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 속이 너무답답해서 풀어내고싶은데 이렇게 쓰면 풀릴 줄 알고 시작했는데 정말 모르겠다. 더 답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