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제2007. 4. 15. 18:57



여린 강아지 같은 소년이 포크아트가 장식된 밝은색의 테이블 위에 간신히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서 좁고 작은 어깨를 간간히 떨며 숨죽여 울고 있었다. 몰래몰래.



테이블은 창가 앞에 있었는데, 창틀 안으로 눈부신 금빛 햇살가루가 날려들었다. 주위는 고요했다.

모두가 행복할 것 같은 따스하고 평화로운 오후였다. 소년을 울렸을 법 한 존재는 아무리 주위를 둘

러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바람은 소년에게 눈물을 그치려무나, 하고 발가락 사이를 간질였다.

레몬향이 나는 작고 초록색인 허브 나뭇잎도, 이제는 그만 행복해져야지. 하고 위로했다.

방안을 가득 메운 공기가 소년의 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편안해지렴.

잠시 놀러나온 금빛 햇살이 소년의 코 끝에 환히 머무르며 눈물은 이제 곧 마르리라 했다.



구름의 손은 소년의 보드라운 머리칼을 쓸어줄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년이 단호하게 다물려 결코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입을 열었다. 사뿐히. 조용히.





"오늘은.. 날이 너무 맑아요. 너무 맑아서.. 슬퍼요.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기만 해요."





민들레 씨앗같이 보드라운 작은 손을 계속 눈물이 넘쳐 흐르는 눈에 꾹- 대고 눌렀다. 이렇게 하면

눈물이 그칠까. 슬픔이 멈출까. 했지만, 소년의 눈물은 손바닥사이를 비집고 볼로 계속 흘렀다. 헐

겁게 쥔 주먹 위, 손등에 작은 물방울 하나가 톡- 떨어졌다.





"소풍을 가자고 하고 싶어요.. . 맑은 날 이니까.."





그저 꾹 누르고만 있던 손이 흠뻑 젖어버리자 눈에서 손을 떼고는, 손등으로 눈에 남아있는 물기를

쓱- 훔쳤다. 그러나 이내 다시 물을 솟아올랐다. 바알간 눈가가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날 좋아해 주는지 모르니까.. 싫어하는지도 모르니까.. 물어보지도 못해요.

'날 좋아하나요..?'

묻고 싶은데.. 용기가 없어요.

'날 사랑해주세요..'

하고 말하고 싶은데.. 그런데.. 흐윽.. ."





  마음을 표현할 줄 몰라 슬픈, 작고 어린 영혼은 구름에 기대 아름다운 날에 조용히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고요한 구름이 전했다.

굳이 소리를 내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건 세상에 많다고.

입을 통해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말하고,

귀로 듣지 않아도 가슴으로 통할 수 있는거라고.



소년은 구름으로 인해 용기를 얻었다. 이내 눈물을 전부 닦아내곤,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입가에

살랑 걸치고 테이블에서 사박- 뛰어내렸다.



'이 아름다운 날이 지나기 전에..

눈으로 말해줘야지. 좋아해요- 하고.

가슴으로 전해줘야지. 내 가슴은 당신으로 인해 이렇게 따뜻해 졌어요- 하고.'



사뿐한 걸음으로 소년은 방을 나섰다.













-미니페 치우
-민우.
Posted by 기린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