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08. 3. 4. 19:35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침 9시 48분에 일어났다. 학교에 가는 날이다. 날이 흐리다. 아무래도 비가 올 것 같다. 밖에 소음이 너무 심해서 창문을 닫고나서 자기전에 자장가삼아 들었던 루퍼스의 노래가 귀에 남아있는것 같다. 목구멍 뒷쪽이 근질거리면서 빨리 노래를 공급해!!!!!! 하고 악을 지르는 것 같아서 재빨리 이어폰을 귀에 꼽고 루퍼스의 노래를 틀었다. 아마도 루퍼스가 한 마약이 노래에 베어 나와서 나까지 중독으로 만들어버린게 아닌가 싶다. 안 듣고있으면 머리가 돌 것 같아. 베개를 막 깨물어서 찢는다든지, 목구멍을 쥐어짜는 괴상한 소리를 낸다는지, 얼굴근육을 마을껏 비틀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어쨌든 이리하여 개강 첫 날이 나름 여유롭고 달콤하게 시작되었다. 잠에 덜 깨고 퉁퉁 부은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는 셀카까지 찍는 여유. (이 사진은 그냥 내 마음에 너무 들었어! 솔직한 나 같잖아?^*^ 습기많은 날에는 컬이 더 잘 살아나는 자연산 곱슬머리도 좋다. 부시시하긴 하지만.) 이 감사는 전부 2시에 시작하는 누군지 모르지만 어쨌든 프로그램을 짜신 관계자 여러분께 돌립니다. 호호호.

비가 마구 쏟아졌다. 나는 우산이 없다. 우산이 없는데 비가 우산을 쓰지 않고는 다 젖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오면 '잃어버린 우산' 이었던가 제목이? 어쨌든 그 노래가 생각난다. 인당수에 빠질 일을 앞둔 심청이 마냥 처연한 목소리로 "나는 우산이 없어요-" 하는 구절이 뇌를 가로로 질러갔다.

렉쳐씨어터 앞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언제 이 사람들을 알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 동안 내 기억에 전혀 없던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사실은 다 아는 사람들이다. 조금은 신기한 기분이었다. 나는 아마 새로운 반에 전혀 다른,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친구들이 가득 들어 찬 초등학교의 새 학기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미 작년에 그건 다 지났어,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고 조금 즐거워졌다. 비가 아직도 계속 내리고있다.

역시 이상하다. 예술학교는 반 쯤은 미쳐돌아가는게 분명하다는 확신을 다시 한번 굳혔다.

Mr Clarke 같은 튜터가 있었다. 말하는 투, 분위기, 회색과 검정색이 지저분하게 섞인 코턱수염까지. 왠지 저 사람이 이번에 내 튜터가 될 것 같다. 라는 예상은 적중. (예쓰!) 예쁨 받을거야 열심히 할거야. 피터 매든씨가 적어준 웹싸이트들은 벌써 다 체크했다. 미스터클락이랑 학교 같이 다녔을 것 같다. 나중에 한번 슬쩍 물어봐야지. 우리그룹엔 내가 작년에 살짝 눈여겨 봐둔 롹보이도 있었다. 오늘 입은 티셔츠에는 아예 Rocker라고 써있다. 내가 정말 같은 그룹이 되기 싫었던 애랑은 갈라졌지만, another pain in the ass가 붙었다. 그 뿐이 아니다. 이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같은 그룹은 절대 아닌데, 같은 그룹이게 되버렸다. 욕은 하지 않겠다.

필통을 샀다. 철제필통인데 PENCILS라고 써있다. 나는 연필이좋다. 필통이 예뻤다. 반했다. 샀다. 샀다까지의 생각하는 과정이 너무 짧은게 탈이다.

내일은 하루종일 수업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내일도 오늘처럼 비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 루퍼스의 음악이 가득찬 내 방의 사진을 찍고싶다. 그래서 누구라도 사진을 보면 노래가 가득찬 방의 사랑스러운 느낌을 느낄 수 있게.

내일은 늦게 일어나도 되니까 오늘 브록백 캡쳐를 정리해서 포스팅 할까 했는데. 보면 콩을 꼭 먹어야 할 것같아서. 그런데 난 지금 사실 콩이 너무 먹고싶어서 브로크백을 콩을 먹어도 되는 허락으로 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브로크백을 보면 콩을 꼭 먹게 될 거다. 그러니까 오늘은 브로크백을 보면 안된다.

Danny Boy랑 Foolish Love는 앞으로 그냥 쉽게 못 들을 듯. 스트레이트를 사랑한 게이의 러브송이라니 가슴 아프잖아. 루퍼스 바보!
Posted by 기린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