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08. 3. 12. 21:46

참을 수 없이 피곤하다.

내일은 big day구나. 쏙총탱씨는 아직도 내 메일에 답장을 안한다. 어디가 그렇게 많이 아프신걸까. 읽기는 한걸까.. 읽지두 않은걸까.. 안 읽구 그냥 넘기는걸까. 오늘은 12시즈음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다. 4시가 넘어서 잔걸 생각하면, 꽤 괜찮은 시작이지. 오늘도 첫 끼는 훈제치킨을 넣은 샌드위치와 발사믹드레싱의 야채뭉치, 우유한잔. 거의 일주일을 먹어가는데도 안 질리니 신기하다. 화장이 하고싶어져서 이것저것 바르고 집을 나섰다. 수경이랑 만나서 케이트에 갔다가 스튜디오로. 요새 스튜디오에 맨날맨날 간다. 작년에 일주일에 세번 갈까 말까했던거랑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거라고 할 수 있겠다. 자주 가고, 자주 생각하고, 하려고 노력하니까 나오는게 다 아이디어임. 이건 좀 굳. 수경이는 라이브러리에 있고 나는 스튜디오에서 워크북을 좀 하다가 종이컵죽은나무를 만들기 위해 비닐봉지를 들고 퀸스트릿으로 나섰다. 쓰레기통을 다 들여다보고 길에 놓인 종이컵들을 하나하나 수거하는 나를 사람들은 이상하게 봤지만.. 나는 꿋꿋했다. 벤치 뒷쪽으로 컵이 도로록 굴러가길래 잽싸게 가서 사진을 찍고 주우려니까 마침 그 벤치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뭘 하고 있는거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워크때문에 종이컵을 모으고있다고 했다. "well, good on you" 라고 했다. "Thank you!" 그런데 쓰레기는 어찌나 많은지, 캔과 플라스틱컵도 정말 많았는데 종이컵만 줍고 있으려니까 마음이 좋지 않았으나, 그 많은 쓰레기들을 다 넣을 봉지가 없었다.(what a lame excuse!) 하지만 진짜다. 귀에는 계속 루퍼스가 나를 위해서 노래하고 있고. 적당한 온도의 길을 걸어가니 기분은 좋았다. 비닐봉지 한 가득 버려진 컵들을 채우고 스튜디오로 다시 돌아오니 시간은 7시가 넘어있었다. 너무 많이 걸어다녀서 오늘은 짐에 갈 필요가 없을것 같았다. 그래서 스투디오에 계속 박혀서 죽은나무를 만들었다.

나무를 만들면서, 나뭇가지들을 줏으러 잠깐잠깐 밖으로 나갔다. 아프터아워에는 문이 잠겨있어서 elam student만 가질수 있는 swipe card를 찍어야하는데, 난 그걸 찍는게 굉장히 좋다. 특별하고 선택받은 기분이 들어서요.. 그래서 아프터아워에는 좀 쓸데 없는일로 자주 들락날락거린다. 난 가끔 내가 정말 몇 살 일까 고민할 때가 생긴다. 어쨌든 밖으로 내려갔는데 기온은 조금 떨어져있고, 깜깜하다. 아무도 없는줄 알았는데 옆에 긴 머리의 여자가 담배를 피고있다. 테리였다. 테리는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짐작을 해보자면 40대가 아닐까 싶은 카리스마있는 여자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날것같은 브라운의 긴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온다. 눈은 회색빛이 도는 파란색이었던것같다. 젊었을때 아주 섹시했을것같은 테리. 지금도 내가보기엔 좀 섹시하심. 어쨌든 있길래 말을 걸었는데 말이 길어지면서 이런저런 별 잡다한 얘기를 다 나눴다.  "난 방학동안에 크라이스트처치에 있었어요. 가족이 거기있거든요." "아 크라이스트처치 좋지, 내 친구도 거기있는데, 뉴브라이튼에 살아. 거기갔었는데 겨울에는 진짜 장난없던데" "네.. 올해 오클랜드 여름은 정말 날이 좋은 것 같네요. 크라이스트처치 써머는 이렇지 않거든요. 그런점은 오클랜드가 더 좋아요" "그래, 맞아 이번 여름은 날 진짜 괜찮았던거같아. 내 어린시절의 여름이 생각나게 하더라고." "한번쯤은 퍼씨픽 아일랜드에 살아보고싶어요 릴랙스한 삶! 아일랜드에 가본적있어요?" "아니 호주에서는 살았었지만. 멜번도 좋고. 굉장히 아티스틱한 도시야. 예술가들도 많고. 우선 뉴질랜드는 특히 오클랜드는 인구가 너무 한정되어있어. 멜번이랑은 너무 달라. 그쪽에서는 사람들이 많다보니까 이쪽 저쪽으로 어울리는 사람들끼리 무리를 지어서 사니까 예를들어 쇼핑을 하러 간다해도 다 아는사람들이고 부담없이 얘기를 나누고 즐기는데 오클랜드는 정말이지 나에게서 원하는건 엄마의 롤 밖에는 없는것같아서 짜증나. 너 클럽에 자주가니?" "어, 아뇨 한번도 안가봤어요. 작년에 한번도 못가봐서 올해는 꼭 가야지 하고 벼르고 있어요." "그럴수가! 클러빙은 진짜 재밌다구! 전에 카리나, 피터, 승은이랑 어떤 클럽을 찾으려고 했는데 결국 못 찾고 다른 어떤데를 들어갔는데, sohomo였어. you know? so homo. 하하. 처음에는 몰랐는데 좀 있다보니까 남자애들끼리 춤추는 애들도 많고 여자애들도 여자애들끼리 놀고," "네?! 헤테로도 들어갈수있는 클럽이에요?" "어 뭐, 남자여자 헤테로 다 있었어. 게이클럽이었어. 그날밤 진짜 재밌었지. 음악도 좋았고 ." 사실 symonds st에 소호모 클럽 포스터가 붙어있는건 많이 봣는데 포스터가 너무 예뻐서 눈 여겨봤었다. 이름도 호모인데다가; 남자라기엔 너무 예쁘고 여자라기엔 남자같은 중성적인 이미지의 사람이 자신과 키스하는 사진이었단 말이지. 너무 예뻐서 이거 게이클럽일까 그냥 클럽일까 궁금하던차였는데. 테리 넘 고마와요. 궁금증이 풀렸어!!!! 그리고 다음에 나도 꼭 데리고 같이 가기로 했다. 뉴질랜드에다가 미술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것은 이렇게 40대 친구와도 게이클럽에 대해, 밤 생활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주제는 driving으로 옮겨감. 테리의 16살짜리 딸이 요새 운전연습을 하고 있다고. 너는 운전하냐고 묻길래..  쳐게을러빠져서 운전면허가 없어염.. 했더니 꼭 운전은 해야한다고 강조강조. 새겨들을게요 테리 ㅠㅠ 흑흑. "사실 제가 운전을 배우고 싶은 제일 큰 이유는 차에서 엄청나게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달리고싶어서에요." "그거 진짜 좋지, 저번에 카리나랑 둘이 차를 타고 가는데 파바로티 테이프를 50센트에 파는거야, 그래서 그걸 사가지고 차가 떠나가라 크게 틀어놓고 창문도 다 열고 신나게 달렸어. 그게 마침 또 라이브 테이프여서 노래가 끝날때마다 박수랑 사람들 소리치는 소리가 다 들리는데 그게 또 얼마나 신나든지. 신호에 걸려서 멈춰있으면 사랑들도 다들 지나가면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즐거워하더라. 다 아는 고전들이니까." "wow lovely" 오늘 나는 열심히 캐시대사를 읊었다. 하하하하하하. 말하면서 혼자 속으로 즐거워하고. "여자한테 운전, 차라는건 정말 강력한 힘이라고 생각해. 특히 뉴질랜드에서는 말야. 대중교통이 너무 후져먹어서.." 올해는 나도 꼭 운전면허를 딸거다!!

아.. 내일 튜토리얼 리딩.... 읽어야하는데... 음... 딱 점심 먹을시간만 비는구나 내일은. 9시부터 1시 스튜디오. 1시부터2시 점심. 2시부터3시 크릿렉쳐. 3시부터4시 크릿 튜토리얼. 내일도 보람찬 하루를 보내자! 튜토리얼이 끝나면 6시정도까지 스튜디오에서 워크하고, 집에와서 옷을갈아입고 운동을가는거야. 완벽해~

Posted by 기린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