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08. 4. 17. 17:53


눈이 반짝 떠지고 나는 몸을 일으키고. 지독하게 가려운 머리를 손톱을 세워서 북적북적 긁고 손톱 아래 낀 찌꺼기는 후후 불어버리고. 입안에서 끔찍하게 감도는 악취에 어제 저녁 이를 닦지 않았구나 느끼고 앞으로는 이를 잘 닦고 자야지 다짐하고. 샤워를 했다. 물은 평소보다 조금 더 따끈하게. 점심은 무얼먹을까 고민하다가 어제 크림치즈랑 빵과 함께 그냥 보이길래 사온 정크의 대명사 (..라기엔 햄버거를 이길 수 없나?) 스테이크&치즈파이를 오븐에 쳐넣었다. 그동안 나는 치킨 소세지를 두 개 잘 달구어진 후라이팬위에 놓았다. 입에 털어넣듯 파이하나랑 큰 쏘세지 두개, 빵 한 쪽, 샐러드 점시 한가득을 해치우고나서 나는 진저넛비스킷두개와 웨하스 두개에 얼그레이를 진하게 우려마심. 아 그 전에 제로코크도 한 캔 마셨다. 제로시리즈의 강점은 탄산이 보통보다 쎄다는 것. 인가..나만 그렇게 느끼는건가? 어쨌든 어제 마셨던 제로스프라이트는 맛있었는데 정말. 우리집 슈퍼 아래에서는 그걸 캔으로 안 팔길래. 그렇게 다 해치우고 유란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좋아하는 사람 얘기도 하고 요새 내 신경에 엄청 거슬리는 짜증나는 사람 얘기를 쭉 하고 나니 마음이 툭 터이는 느낌이었다. 강요는 싫어, 배려도 싫고 관심도 싫어. 그냥 날 좀 냅뒀으면 좋겠다.
postmodernism, or the cultural logic of late capitalism 이건 대체 읽히긴 하는걸까 내가 이해는 할 수 있는 걸까. 그냥 모르는 단어면 찾아보면 그만인데, 모르는 단어에 담겨있는 개념이 너무 벅차서 말이지. 우선 대략 david shrigley에 맞춰보려고는 노력중. 사실 나 이 핑계로 책 사려고 이러는거 같음. 돈 쓰려는 자기합리시도.
홍차 한잔을 다 비우고도 한잔이 더 땡긴다. 이건 홍차가 한 잔 더 마시고 싶은게 아니라 홍차랑 같이 먹은 과자가 더 먹고싶다는거다. 저번에 사온 배를 하나 깎았다. 아주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달디 달다. 여기에 들은 당분이 몇 칼로리나 될까하는 상상은 꼭꼭 꾹꾹 눌러 접어서 머릿속 저쪽 편으로 날려버렸다. 배를 잘 깎아서 냠냠 먹고 크림 웨하스도 냠냠 진저넛도 냠냠. 진하게 우린 홍차에 진저넛을 축 찍어서 빼면 진저넛이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아이스크림을 빨아먹들이 입술사이에 끼워서 슥 빼면 안쪽에 진저 심이 남는데 그 부분은 다시 이로 아작아작 깨물어 먹기. 남은 홍차를 후룩후룩 들이키다가 앞에 녹혈이 보이길래 두 알 먹고. 크림딸기맛이 나는 콜로스트럼도 네알정도 아작아작 씹어먹고 또 홍차 들이키고. 오늘은 스튜디오에 가서 한바퀴 돌았어야 했는데. 목요일이 지나가고 있다. 에쎄이 듀는 4일이 남았고 리사와의 미팅은 6일이 남았다. 나는 방학을 즐기고 싶다.
오늘은 오랫만에 해가 떴다. 해가 너무 밝아서 해를 처음 본 것 같이 이상하고 신기하고 너무 밝아서 놀랐다. 이 시간에 내 책상 앞에 앉아서 해 때문에 눈 부셔 짜증나 컴퓨터를 못하겠어! 하는 느낌도 진짜 엄청나게 오랫만이구나 싶어서 지금이 방학이긴 하네, 했다. not too hot, not too cold but cool. 몇 시간이 넘도록 프레드릭 제임슨이 내 앞에 있다. 지겨워져서 침대로 점프했다. 밖은 아직 밝다. 밝을 때는 모든게 너무 잘 보여서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이것 역시 핑계인지도 모른다. 안정감을 주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흰 벽의 모퉁이를 보고있으려니 낮잠을 자본지 꽤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더 이상 마음 편히 낮잠을 잘 수 없는 걸까. 슬퍼졌다. 그런데도 낮잠을 잘 수가 없엇다. 빌어먹을 크리티컬스터디스. 그렇다고 내가 다시 일어나서 리딩을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빌어먹을 장윤경! 지겹고 나른하고, 폭풍이 막 지나가서 그런지 피곤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다가 갑자기 또 바뀌어 버리니 무기력하기만 하다. 아아 힘 빠져. 답답하고 짜증나고 아무한테나 막 투정 부리고 싶은데 투정을 부릴데가 없으니 나만 괴롭히고 있다. 쯧쯧쯧.
대략 무얼 하는지 듣기만하고 계속 피하고만 있던 에쎄이 퀘스챤을 드디어 읽었다. Essay - a critical discussion of a contemporary art or design work, or an exhibition, in realtion to a concept in the essay by Fredric Jameson, "Postmodernism or, The Logic of Late Capitalism". 우왕ㅋ굳ㅋ 천오백단어 언제 쓰지? 근데 왜 묘하게 금방 쓸거 같은거지?.... 쳐돌았나. 읭?... 아 배고파.

Posted by 기린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