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08. 4. 22. 15:50

괜히 새벽에 늦게 자서 늦게 일어나고 보니 무언가 배를 채울시간도 없이 씻고 옷을 입고 학교에 가야했다. 프로그램리더들은 왜 그렇게 항상 어딘가가 어눌하고 덜 떨어지는건지 짜증이 치솟았고, 새로 받은 프로젝트는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면 더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으니까 해 볼만 하겠다 재밌겠다, 이 쪽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피터는 나타나지 않았고 루브릭도 받지 못했다. 얼마나 기다렸는데 머리 꼭대기에 있던 힘이 스르륵스르륵 주루루루룩 발끝까지 떨어지는 것 같았다. 마치 만화나 애니메이션이나, 뭐 그런거에서 병에 들어있던 액체가 빨대에 빨려 쭈욱 사라지는 광경이나, 격투게임에서 화면 윗쪽에 위치한 생명력이 쭈루룩 줄어드는것처럼. 어떤 애들은 만족하게 나왔고 어떤애는 울었다. 그런데 나는 울수도 없었고 만족도 못하고 어중간하게 불안한 기분만 계속 들었다. 차라리 뭔가 할 수 있었으면 나았을 것 같아. 진저색 머리를 한 예쁜아이랑 크리티컬 스터디스, 한달안에 듀인 다음 어싸인먼트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자니까 발끝까지 떨어진 힘이 아예 바닥까지 스미는것같았다. 그것뿐만이아니fk 내일은 리사랑 미팅이있는데 리사가 조언해줬던거나 리서치나, 무엇도 하나 다 제대로 된게 없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압박감에 흐느적대는 미역이 된 것만 같다. 게다가 이번에 튜터가 바뀌는데 타라 윈터스. 루퍼스가 내 머릿속에서 말했다. "Oh Lord!" 아 정말 치진다. 오늘 즐거웠던 일 하나는 루카스를 본 것 뿐이었다. 그런데 계속 지친다 지겹다 질린다 힘들다 생각하니까 그 기분에 나 혼자 빠져서는 계속 삽질만 하는 것 같다. 이런 마음가짐은 떨쳐버려야해 정말. 나만 힘든가, 나만 지치나. 집에와서는 carbonara를 만들었다. 뭔가 엄청 빠르게 간단하게 깔끔하게 만들어져 접시에 담아 놓고 보니 기분이 좋았다. 샐러드도 접시 한가득 만들었다. 그리고 게걸스럽게 접시에 얼굴을 박고 음식들을 해치웠다. 음식을 정복해나간다는 심정으로 야채를 이로 썰고 자르고 찢어냈다. 오이가 조각조각 접시에 굴렀다. 아, 그나저나 학교에서 먹으려고 싸간 샌드위치는 내가 원하던 맛이었다. 너무 과하지 않고 너무 심심하지 않고 깔끔하고 간단한 맛. 호밀빵에 크림치즈를 바르고(물론 reduced fat이었다.) cucumber relish를 바르고 99% fat free shaved ham을 끼워서 반을 접었다. 내가 이렇게 주기적으로 블로그에 내가 먹은 음식하나하나를 다 설명하는건 무슨 심리일까 방금 전 문장을 쓰다가 생각했다. 아까 애나랑 스튜디오 나오는 길에서도 얘기를 했다. 먹는 얘기를 하거나, 음식얘기를 하거나, 하여간 그런종류의 얘기를 하다보면 다른 잡 생각이 나지 않기때문인 것 같다. 내가 만드는 음식이나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해 쓰다보면 다른 잡 생각 없이 즐거워서 자주 쓰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이건 왠 삼천포지?
방금 카보나라에 버섯을 넣지 않았다는게 막 생각이 났다. 어제 제일 예쁘고 제일 통통하고 제일 맛있어보이는 애들 두개 집어왔는데. 난 병진이야........... 고작 버섯을 집어 넣지 않았다고 병진이라고 하는 내가 더 병진이야! 흑 아냐.... 아 버섯!!!!.....구워서 샌드위치에나 넣어서 먹어야지 흑.
맛있는 음식에는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거 같아!

그건그렇고 어제 혹시 한국에서 저한테 문자 보내신분?? helf me plzuu kkk <<이렇게 보내신분 계신가효. 혹시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이라면 연락좀 해주세요, 답장을 했는데 보다폰으로는 한국까지 문자가 안 가는듯 싶네요 제가 텔레콤 핸드폰을 없애버려서 연락할 방법도 없고.

Posted by 기린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