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분이 좋다. 내가 돌아다닐 때는 비가 적당히 촉촉하니 오고, 지금은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와서 은은한 주황색 램프 빛 밖으로 빗방울이 비친다. 저녁에는 초대받아서 맛있는 스튜를 먹었고, 집에 와서는 야채가 엄청 많이 들어간 닭고기랑 베이컨도 들어간 스프를 만들었다. 냉장고를 깔끔하게 정리했고, 굴러다니는 야채들은 다 깔끔하게 씻고 잘라서 통에 착착착. 운동도 했고, 203 프로젝트 사진도 찍었고, 무엇보다 루카스를 많이 많이 많이 본 날이거든.
내 사진을 보고
"wow, you look very.... um, doll-like!"
(속으로미친듯이)으하하하하하하
"oh, that's what I tried to do."
계속 신기한듯이 사진이랑 나랑 번갈아 보고, 따로 옆에 앉아서 워크샵 노트를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어제 집에 안들어갓다고 학교에서 밤을 샜다고 하는데 음... 음..... ^*^ 꼬질한 모습까지 사랑스러워 루카스. 눈이 어쩜 그렇게 땡그란지.. 제대로 쳐다보질 못하겠어. 푸하하하하하하하하으하하하으키키키키카캬캏하하ㅏ. 오늘 눈 색깔을 봤는데 파란색두 아니고 초록색도 아니고 헤이즐! 연한 밤색. 꿀색. ㅠㅠ 흙 섞은 호박색..... 눈동자가 너무 동그랗고 커서 꼭 고양이 눈을 보는 것 같았다. 오늘도 씩씩하게 소매를 팔꿈치 위로 걷어올려서 곰돌이 인형을 생각나게 하는 보슬보슬한 털이 보였다. 루카스의 팔에 열광하는 날 보고 재원오빠는 위험하다고 했다. 난 정말 위험한 상태인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나 진짜 울 정도로 루카스가 좋아지면 어떡해? 그것도 팔 털에 반해서..... 이건 좀 아니야... 어쩄든 루카스는 친절했고 나중에 프린트한 사진을 들춰보면서 흥미를 보여주었다. (고맙습니다♥) I may not be so interesting to him, but at least he's interested in my work! and it's one of the criteria of the project too. Making work that is interesting. 굳.
그리고 나중에는 내가 앉아있던 맥 앞에 두었던 내 핸드폰을 집어들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우와, 이게 무슨 핸드폰이야??"
"내가 페인트했어"
"와 진짜? 어떻게?? 멋진데? 내 것도 해줄래? 돈도 내야겠네!!"
"넌 공짜로해줄게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농담따먹기도.........아놔 어쩜좋아여. 걷는거 너무 귀여워 으헝 ㅠㅠㅠㅠ 뒤뚱뒤뚱 팔을 앞뒤로앞뒤로 씩씩하게 걸어간다. 가방은 항상 백팩. 등에 꼭 달라붙어서 거북이등껍질같아. 그리고 캡을 항상 쓰고 다니는데, 습관적으로 위치를 잡고 또 잡고 한다. 스슥스스슥. 털 색이 너무 사랑스러워... 나는 털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다. 하악하악,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거군항 :D
하지만 루카스의 털보다 눈동자보다 더 매력적인건 그의 '다정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