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2008. 6. 30. 09:21


* 요즘 시간이 남아 돌아서 그런지 손을 놓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인형놀이가 무척 하고싶다. 반짝반짝~ 입에 넣으면 달콤한 맛이 날것 같은 유리눈을 마주보면서 두근두근하던 시간.

* 저번 학기에 포토그래피 페이퍼를 들으면서 내가 선택한 작품의 주제가 dolls, adulthood, childhood memory 관련이어서 이것저것 읽어보거나 찾아보거나 했는데 인형에 관련된 작품이나 심리학적 관련 글을 읽어보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어쩄거나 어른들의 생각에 어른으로서 인형에 갖는 집착은 정상적인 범주보다 비정상적인 범주에 더 가까이 속한다는 것이다. 내가 사진을 찍으면서, 이미지 메이킹을 하면서 내가 가진 집착이나 소유욕을 설명할 수 없는 것,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creepy 하거나 freaky한 것으로 치우친데에 나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자꾸 나를 거슬리게 했다 그 동안. 좀더 합리적이고 꽉찬 리서치를 위해서 나와 타협했고 나를 어느정도 속였다는 기분도 든다. 내가 인형에 느끼는 감정을 똑바로 직면하고 그것을 하나의 작품으로 어떻게 풀어내는 것이 가장 솔직하게 표현되고 또 내가 보기에 만족스러울까?
그래서 한스 벨머가 위대한 예술가구나. 더 직접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어릴적에 느낌 감정들, 성욕, 혹은 판타지 -그것들을 적절하게 꺼내놓았고, 너할나위없이 솔직했고. 평론가들이 뭐라고 했던 한스 벨머가 어떤 의도로 인형들을 분해하고 섞어놓았던지 내가 기묘한 묘양으로 뒤틀리고 잘린 정교한 사람모양의 인형들을 볼 때 느낀 감정은 흥분. 머릿속에 들어 찬 생각들이 그렇듯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멈춰지고 잘리고 변하고 시간이 지나고 뒤틀린 이미지를 머리에서 그대로 꺼내논것 같아서 흥분이 되었다. 이게 가능하구나! 멋지다. 왜냐면 난 내 머릿속에서 조차 내가 분명하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정리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것 정확하게 찾아서 계속 만들어 나간다는게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건지 글 하나도 딱 부러지게 내가 생각하는대로, 똑같은 느낌으로 표현 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하나의 충격 같은 경험이었다. 벨머가 사용한 미디엄이 인형이다보니 원래 인형에 관심이 있던 나에게는 더 정확하고 더 친근하고 익숙하게 다가와서 좋았다. 

* 작품이랑은 달리 내가 사게되는 인형은 그야말로 매쓰프로덕트, 공산품인데 그럼에도 내가 나만의 인형으로 꾸밀수 있고, 느낌을 낼 수 있고, 하나의 생명체같이 분명한 색을 갖는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물론 돈지랄이라는 느낌도 엄청나지만 ..(-_-) 사실 돈지랄이라는 느낌은 입으로는 자주 말하고 어느정도는 동의했지만 잠깐 손을 떼고 조금 먼곳에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변한 시선으로 보니 그냥 돈지랄도 아니고 엄청난 돈 지랄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막상 가지고 놀다보면 돈 들어가는 취미가 이거 하난가 싶은거고, 솔직히 난 내가 쓴 돈만큼 정신적 만족과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만큼 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깝진 않다. 나름 인형놀이로 손재주도 늘렸고. 쏟아 부은 돈은 꾸며놓은 인형을 보는 순간 뭉게뭉게 사라진다. 사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내가 인형에 쓴돈은 그닥 많다고 할수도 없다. 인형놀이 3년, 인형 두체 가지고 있으면서 100만원 이하로 쓴 사람은 거의 없을 걸. 사실 해외에 있고 나는 당시 고등학색이었던 나이에 기타 인형물품도 물품이거니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송료를 감당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지금이야 고정수입도 있고하니 좀 모아서 인형이나 하나 살까 하는 (내가 생각해도 좀)철 없는 생각을 잠깐 하는 중. 잠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_-; 아까 인형사진을 보니까 사고 싶었던 인형들이 새록새록 생각나드라. 개안애니도 사고 싶고 미니풀쵸2번 미백도 정말 사고싶었는데 아나이스 남아랑 요리 남아도. 그러고 보니까 지금 오클랜드 자취방에 교실헤드랑 29번헤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닥 큰 관심을 쏟지 않았는데 갑자기 왜 이러나 싶다. 변덕하고는... 그러고 보면 지난 일년간 변한게 너무 많다. 8년을 좋아했던 신화에게 무덤덤해졌고 거의 4년을 열광했던 인형놀이가 시들해졌다. 잘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이상하게 일그러지고. 에이씨 잡담에서 한탄으로 변하고 있어 -_)...=3

* 섹스돌이나 구체관절인형이나 사람들이 다른 사람human-being에게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을 자유롭게 실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본다. 물론 섹스돌쪽이 뭐랄까 그 강도나 깊이(...)가 좀 세겠지만,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 인형들의 수요 유지가  어느 정도는 성적 판타지의 현실화가 가능해서 라는 점에 한 표. (무조건 성적 판타지의 현실화 때문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느정도 비율의 사람들에게는 그렇다는 거지. 나 역시 어느정도 그렇게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는것 또한 부인하지 않겠다. 사실 대부분의 남남커플로 인형을 짝지어서 노는 사람들의 심리가 그런 것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면 그 경우의 차이라는게 참 미묘하다. 내가 처음에 벨머의 작품을 접했을 때, 나에게 보여진 사진들이 미술책의 콘텐트가 아니라, 러브샵 같은데서 '포르노의 역사' 같은 제목을 달고 있는 책에 "이것은 20세기 초의 포르노에 종종 등장하던 인형입니다"라고 나와있었다면 내가 어떤식으로 인형들을 받아들였을지도 참 궁금하다. art-like art도, 그렇다고 그 인형들이 life-like art도 아닌데. It is somewhere in between. 어디에다가 넣어야 제일 적절한 걸까.  섹스돌-구관 비교대상으로 고전동화들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어른들을 위한 참혹동화 였던가, 그런 제목을 단 어른용 높은 수위의 동화책.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인형에 빠져서 인형이랑 사람이랑 구분을 못해서 저질러지는 범죄나 뭐 그런것도 있을까? 있겠지? 또 벨머가 생각나는데-_- 그 시대 생각하면 진짜 벨머가 막장 변태로 몰려도 할말은 없지. 아니 사실 지금도. 근데 그 차이가 너무나 미묘하고 작아서 진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는게 적어서 딱히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확실히 여기까지다 라고 나한테 결론을 못 내려주는게 참 답답하다. 공부가 필요해. 그래 맨날 컴터 붙잡고 이것저것 읽어봤자 돌아오는 결론은 컴터 끄고 가서 책이나 더 읽고 공부하자. 이것 뿐이다. 에효. 노력하자.

Posted by 기린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