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피검사를 받으러 랩에 들렀다. have you eaten? 이라고 물어보는 아줌마의 질문에 숨김없이 그렇다고 대답할수있어서 다행이었다. 바늘이 꽂힐때는 아팠지만 참을만 했고 곧 튜브로 쭈우욱 빨려 들어오는 검붉은 색의 피를 보고있자니 아아아주 살짝 현기증이 올것 같으면서도 내 몸속에 흐르고 있던 무언가가 밖으로 끄집어내졌다는것에 대한 희미한 희열이 느껴졌다. 색은 굉장히 예뻤다. 다른 단어로 표현 할 수 없는 그야 말로 피색. 한 통만 뽑을줄 알았더니 두 튜브를 채우더라. 만지면 따뜻할 것 같아서 거의 손을 뻗을뻔 했지만 그러진 않았다.
옷에 기린을 그리고 싶어서 고든해리스에서 패브릭페인트 한 통을 샀다. 그리고 일람으로 내려와서 맥랩에서 기린 리서치를 했다. 기린 영상도 찾아봤는데 내가 상상하고 있던 기린들보다 훨씬 더 귀여워서 애정도가 훨씬훨씬훨씬 상승했다.
그리고 이건 쓰기 시작한지 하루가 지나서 어제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아 맞아 엘렌의 플랫에 잠깐 놀러갔었다. 컵케익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전에는 베로나에서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편지를 썻고, 아니 그건 그 전날인가? 완전 날짜 개념도 없고 그냥 2주가 지나갔다는게 전혀 믿기지 않을 뿐. I've been real unproductive. ship! puck! 제발 일주일만 더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엘렌의 플랫은 진짜로 조그맣고 작은데, 이 지긋지긋하게 반듯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아파트 보다는 훨씬 좋았다. 집 밖에는 작은 화분들이 놓여있고 안에 들어가니까 거실을 가로 질러서 묶여있는 줄에 빨래들이 대롱대롱. 벽면을 한 가득 채운 음악 커버들이랑 방에 자유롭게 걸려있는 놓여있는 액자드과 페인팅 기타 등등등. 컵케익은 러블리, 집 분위기는 더할나위없이 아늑. 나도 내년에는 저런 플랫을 찾아봐야겠다. 진짜 진짜로 케이로드에 집을 구해볼 생각이다. 어쨌든 그녀의 집에는 낡은 피아노 한 대가 있었는데, 칠 줄 아냐고 하니까 나를 위해서 연주를 해주었다. 생라이브 씨디를 듣는것 처럼 잘 치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넘치고 넘치게 담겨있어서 가슴에 벅찬 곡들이었다. 눈물이 찔끔 나올정도로 아름다웠다. 바람이 불지만 해는 따듯한 오후에 낡은 먼지투성이 소파에 몸을 푹 파묻고 홍차를 한잔 마시며 친구가 쳐주는 피아노를 감상하는 일은 쓰고보면 쉽지만 흔치않게 찾아오는 여유다. 엘렌을 보면 외적으로 스며나오는 내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항상 그녀를 보면서 나는 왜 외적인 것에만 끊임없이 집착하는지 한심해진다. 그런데도 어쩔수가 없어서 슬퍼지고.
여왕 aka Giraffe님의 말:
몰라
존나찌질한애야
디어니님의 말:
ㅋㅋㅋㅋㅋ
어쩌다가.....
여왕 aka Giraffe님의 말:
지가쿨한줄알고잘난줄아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혀 그렇지 못한애들 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어니님의 말:
응
졸라시러
ㅋㅋㅋㅋㅋ
정말 저렇게 착각하는 애들보면 안쓰럽기도하고 보기안좋고
좀그래
ㅋㅋㅋㅋ
에라 젠장. 난 정말 이렇게 살다가 죽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