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진짜 많은데 안하고 늘어져있다 그러고도 긴장감 없이 마음이 흐느적흐느적 풀어져있는걸 보면 봄이 오긴 왔나보다. 싱숭생숭하다.
먹고 괴롭고 먹고 괴롭고 먹고 괴롭고 안 먹고 괴롭고 먹고 괴롭고 안먹고 괴롭고 나는 나를 왜 이렇게 괴롭히는걸까 왜 자유로워 질 수 없는걸까 답답하고 슬프고 힘들다.
어제는 파란색 체크무늬에 회색 카디건 오늘은 빨간 체크무늬에 똑같은 카디건, 쭉 뻗은 마른 다리. 어제도 오늘도 밝은 미소 예쁜 미소 아름다운 미소에 옵션으로는 손 번쩍 들어 흔들흔들흔들하기. 난 왜 갑자기 선글라스를 벗은걸까... 벗다가 왜 귀에서 걸린걸까 시발. those glow-in-the-dark eyes! 이제는 오랫동안 생각 안해도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난다. 흐릿한 인상이다. 존재감도 없다. 근데도 자꾸 생각난다.
날이 정말 좋아서 하루종일 반팔을 입고다녔는데도 춥지 않았다. 오랫만에 케이로드에 가서 애나랑 shisha session. hookah smoking caterpillar가 되어서 연기에 흠뻑취헤 헤롱헤롱 거렸다. 기분은 좋더라.
집에 아기고양이를 데리고 왔다고 한다. 매일밤 쥐들의 습격때문에 결국 고양이까지 입성, 이로써 우리집은 개 고양이 토끼가 함께 공존하는 나름 pet loving family가 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좀 웃기긴한다. 절대 안돼 절대 안돼 안돼 안돼 하면서 슬금슬금 늘어나는 동물 종류들. 사진을 봤더니 태비다. 엄마의 강력한 주장으로 이름은 몽실이랜다. 몽실몽실하다고 몽실이라나. 집에가고싶다....... 아 다 귀찮아. 프로젝트고 뭐고 다 싫어.
제네럴 페이퍼 얘기를 하다가 필로소피105 critical thinking을 했다는 J는 말했다.
"나는 나한테 로직이란게 있는줄 알았어. 수학도 곧잘했거든. 근데 알고보니까 나한텐 그런게 없더라고!"
중간시험에 21퍼센트 받고 파이널은 가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건 재밌었어"
우리는 운명인가봐. 다른 페이퍼긴 하지만 어쨌든 필로소피 페이퍼. 나도 두번째 시험 말아먹고 마지막시험은 아예 가지도 않았거든. 반가웠어. 내 옆에서 같이 점심을 먹어주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지만 이해해. 뭐 같이 먹었어도 그건 좀 어색했을거야.
지금 스피커에서 누드가 나와서 생각난건데 연기가 나는걸 하고 있을때는 이만한 노래가 없는 것 같다. 우우우~ 하면서 연기가 뭉게뭉게 빙글빙글 돌아가는 느낌이다. 아아 좋다. 뿅 간다.
그리고 어제는 시작부터 좋았다. 아무생각없이 맥랩에 딱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서 그냥 습관적으로, 무의식중에 랩 안을 휙휙 둘러봤는데 익숙한 헝클어진 머리가 보이면서 가슴이 철렁하길래 알았다. 아침부터 단정하고 예쁜 J를 보는건 기분 좋은 일이야 그치? 갈색이 도는 반팔 티셔츠를 입으면 앙상한 팔이 보여서 좋긴한데, 뭔가 굉장히 후줄근하고 없어보인다. 굉장히 아파보인다. 그런데도 이쁜건 이쁜거거등. 그런데 단정하게 버튼업한 셔츠에 더더 얌전한 카디건을 입으니까 더더더욱 이뻐 뽀송뽀송해보여 으히하헤히훟히히. 항상 드라이한 느낌이다. 만지면 바스락 거릴 것 같다. 머리도 그렇고 피부도 그렇다. 주름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나? 어제는 애나랑 정말 봄이 오긴왔다고 애들한테 암내가 나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하다가 J도 암내가 날까? 라는 주제로 흐르더니 결국은 (항상그러듯이) 약 얘기로 끝났다.
"he always looks so dry, it must be the medications"
해보고싶은건 팔안에 꼬옥 끌어안고 숨을 훅 들이 마시는거. 그럼 직접 확인할수있을텐데 그치?
불안정한 나이다. 단어의 뜻도 모르겠고 내 감정도 내가 모르겠다. 이게 나이때문인지 그냥 나인지 혼란스럽다. 나랑 같은 나이라고 다 나같은건 아니니 그냥 나인가보다.
The Caterpillar and Alice looked at each other for some time in silence: at last the Caterpillar took the hookah out of his mouth, and adressed her in a languid, sleepy voice.
"Who are you?"
This was not an encouraging opening for a conversation.
Alice replied, rather shyly,
"I -I hardly know, Sir, just at present - at least I know who I was when I got up this morning, but I think I must have changed several times since then."
일기2008. 9. 26.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