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생긴 건 몇 살 이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아주 어렸을적에 어린이용으로 각색된 '바보 이반'을 읽고 나서였던것 같다. 그 나이 당시에는 각색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지루하게 느낄정도로 긴 분량이었는데, 악마가 나타나서 주인공을 이래저래 괴롭히고도 주인공은 (아마도 바보라서) 괴로운줄도 모르고 꿋꿋하게 위기를 다 헤쳐나가는, 줄거리를 아주아주 간단하게 단 네글자 권선징악으로 표현 할 수 있는 책에 매력을 느꼈다. 습관처럼 표지를 읽었고, 작가소개에 러시아의 대문호 레오 톨스토이 어쩌고 하는 문장을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때 쯤 애니메이션 아나스타샤가 개봉했다. 엄마는 동생과 나를 극장에 데려가 주었고 나는 그 큰 극장 화면으로 화려하고 반짝반짝 거리는 러시아의 성안에서 춤을 추는 아나스타샤에 혹딱 반했다. 물론 영화에 쓰이는 말도 영어였고 꼬꼬맹이였던 나는 슉슉 화면에서 이내 사라지는 한글 자막도 헐떡대며 간신히 따라읽으며 영화를 힘겹게 시청했으나 그 때나 지금이나 반짝거리는거 나풀거리는거 이리저리 흩날리는 눈발 같은걸 어지간히 좋아해야지 말야..... 게다가 마음을 몽골몽골하게 한 아나스타샤와 아나스타샤네 할머니가 같이 흥얼거리는 그 노래도 어찌나 좋은지 머릿속에서 계속 울렸다. 영화 홍보문구가 '잃어버린 러시아의 마지막 공주' 였던가.. 비슷한거였는데, 그래서 러시아의 마지막 공주라는 그 참으로도 로망스러운 타이틀은 결국 나중에 세례를 받을 때 내 생일이 영명축일인 크리스티나와 하루 전 25일인 아나스타시아 중에 전혀 주저없이, 망설임 없이, 거침없이! 아나스타샤, 핡! ...하고 나의 세례명이 되기에 이른다.
* 그리고 타투에 빠지면서 그녀들이 태어나고 쓰는말에 관심이 간 건 어쩌면 당연한거였지요. 씨디를 들으면서 알아들을 수 없지만 내 귀에 좋게 들리는 그 발음에 반했다. 게다가 키릴문자는 생김새도 예뻐서 마음에 꼭 들었다. 씨디 커버에 있는 읽지도 못하는 의미없는 문자들을 노래와 함께 듣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글자가 이 소리가 난다는걸 어렴풋이 꺠달아가고 몇달이 지나자 뜻은 전혀 모를지라고 어찌되었든간 글은 어설프게나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실로 빠순의 능력은 대단하다.
* 게다가 나는 겨울태생으로 원래 겨울의 싸늘하고 차가우면서도 포근한 그 느낌을 좋아하는데, 모스크바는 일년에 6개월이 눈에 덮여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어찌 로망이 되지 아니하겠숩니까. (요새는 기후이상으로 110년만엔가 12월에 영상온도를 기록했다 하더만...) 벽난로 앞에 앉아서 마시는 핫초코라던가, 토끼털모자라등가, 뭐랄까 내가 생각하는 그 나라의 색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답니다.
* 게다가 이건 내가 몰래 꿈꿔온 오랜 바람인데.. 톨스토이를 원서로 읽고 싶다! 사실 난 톨스토이의 단편작들 밖에 안 읽어봤지만, 단편을 읽으면서 느낀건 참 종교적인 사람이구나, 권선징악이 이렇게 확실하게 드러나다니 님 좀 짱인듯ㅋ 내 나이의 허세가 종교성 짙은 건 왠지 좀 꺼려지고 베리언쿨한듯도싶고 좋아한다고 말하기 왠지 좀 그렇게하는데ㅋㅋㅋ.. 그런데도 자꾸 생각나고 또 읽고싶어지는 그런 묘한 끌림이 있더란말야. 괜히 세계적인 작가가 아닌가봄. 근데 요새 왜 이렇게 손에 책이 안잡히지 휴
* 그래서 결론은 러시아어를 배우고 러시아에도 가서 좀 살아보고싶다 이거임. ㄱ- 굉장히 뻘글스럽군. ...뭐 개인블로그가 뻘글말고 채울게 뭐가 있겠냐만은 ㅋㅋㅋㅋㅋㅋㅋ 빠른시일내에 시작을 하도록 하자 :-)
* 이거 써야지 하고 잊어버리고 못 쓴거. Russian fudge가 너무너무 좋다!!! 그 달달달달함, 혀 위에 얹어놓는 순간 온몸을 떨게하는 그 달콤함. 아아아아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지않는가! sweet, so so sweet and I love it.
수다2008. 12. 22. 2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