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하다. 이 날이 올거라고는 상상만 했지 정말 까마득하기만 했는데 어느새 날은 다가와 있고. 나는 스무살이 되었다. 아침에는 맛있는 미역국을 가족들과 함께 먹었고, 지금은 다들 다른가족과의 선약으로 아카로아에 갔는데, 나는 사실 가기 싫어서 말을 둘러대고 가지 않았다. 혼자 나를 사랑해주면서 보내는 시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혼자 텅 빈 집에서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케익과 쿠키를 굽고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 어떤 영화를 볼까 생각하던 중에 어제 크리스마스 특선 슈렉이 생각났다. 혼자만 알고 혼자있는 생활을 침범당하지 않길 원하는 슈렉이 꼭 나 같아서 좀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게 편한걸..
나는 스무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만 알고, 여전히 덩치가 크고, 여전히 혼자다. 이것들이 언제 바뀔까? 바뀌기를 나는 바라고 있는걸까? 어찌 되었거나 나는 나와 함께 할 오늘밤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생일 축하해 윤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