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너무 갑작스러웠고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어디서 부터 어떻게 써내려가야할지를 모르겠다. 마음같아서는 그냥 속으로 간직하고 풀어내고 싶지 않기도 하다. 사실 귀찮아서...... 하지만 슬슬 정리도 해야하고. 사진 보내주겠다고 했던 사람들한테 사진도 보내야한다. 집 인터넷은 너무 느려서 불가능할것같고 우선 내일 학교에 가서 아침에 유리씨와 함께 컬러4x5필름을 프로세스하고 나서 시간이 나면 오후에 해야지.
첫날은 선수 몇명을 만났고 혼자 그 추운 링크안에 있는게 참 어색했다. 모르는 사람한테 가서 들이대면서 사진을 찍는것도 그랬더 다른 사람들은 다 관중석에 앉아서 느긋하게 보는데 혼자 배리어 앞에가서 노심초사하며 혹시라도 카메라 앵글안에 잘 안 잡힐까 동동대는것도 참 피곤했다. 한국선수들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호주, 남아공, 일본선수들도 하나같이 어찌나 그렇게 작고 날씬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움직이는 동작하나하나가 너무 예쁘더라. 라이브로 보는 피겨스케이팅이란 이런거구나 생각했다. 미끄러지거나 넘어질때는 어찌나 가슴이 철렁거리고 내가 넘어지는것도 아닌데 아프게 느껴지는지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삼일동안 지냈던 홀리데이 파크 개빈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역시 워스트를 생각하고 간게 좋은 일이었어. 생각보다 깨끗했다. 정말 좁았지만 잠만 잘 거 였으니 그다지 나쁘지 않았지 뭐.
둘째날 아침에는 마침 더니든에서 big sing finale가 있어서 내려온 동생이랑 잠깐 만났다. 아트갤러리에 붙어있는 유명한 카페에서 오붓하고 즐거운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 동생은 다시 대회를 마치러 가고 나는 더니든 아트갤러리를 둘러보는데 사이즈는 오클랜드나 크라이스트처치에 비해서 작지만 전시하는 작품의 흥미도와 프레젠테이션은 전혀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좋았던 면도 있었다. 마침 하고 있던 exhibition이 러시안 아티스트의 작품이라서 내 관심을 더 끌기도 했었고. Oleg Kulik의 워크들이 인상깊었다. 끊임없이 무언갈 쓰고 보고 하는 행위가 만족스러웠다. 유일하게 잠깐 나갔던 더니든 시내였는데 즐겁고 만족스럽게 보내서 다행이다. 그리고 12시가 지나자마자 다시 센트켈다로 돌아와서 아이스스태디움으로. 김민석선수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영상을 찍고 현정선수를 만났는데 어떻게 하다가 어머님과도 얘기를 하게 되고 하여간 뭔가 복잡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말을 붙여서 이런저런 댜화를 하고 결국은 한국에서 온 팀과 두루두루 얼굴을 익히고 말하는 사이가 되어서 그날도 그 다음날도 수월하게 영상을 찍고 선수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서 참 고맙게 생각한다. 다음날에 대회를 마치고 같이 저녁식사를 했고 현정 선수 어머님이 너무 잘해주셔서 가슴 깊이 감동을 받았다. 너무다 따뜻하고 다정하신 분이었다. 어머님의 따뜻한 성품과 미모가 따님에게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듯해서 인상깊었고. 잊지못할 경험이다. 힘들고 피곤할것같다고 빼지않고 좀 무리해서라도 스케쥴을 짜고 내려오길 백번잘한것같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많은 돈 계산과 부킹과 맞춰놓은 비행기 시간대로, 맞춰놓은 부킹대로 모든게 순조롭게 이뤄질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별탈 없이, 아니 아무 탈도 없이 다시 오클랜드로 무사히 돌아오게 되어서 기쁘다. 한층 어른이 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이 여행을 처음 계획하도록 제안하고 금전적인면으로 엄청나게 도와주고 격려해준 새우님께 감사를.. 모든 사진과 영상은 곧 그대에게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