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하다.
자고 싶을 때 포근한 침대에서 실컷 잘 수 있고, 컴퓨터를 하고 싶으면 할 수 있고, 먹고 싶은게 있으면 먹을 수 있다.
살에 대한 걱정 운동을 해야한다는 압박 없이 그냥 먹는 거 자체로 기뻐 할 수 있을 줄 일년전에는 상상도 못했다. 6시가 넘긴 시간에 무언가 무거운 음식을 먹는건 죄악과 같았는데, 어제도 늦은 시간 갓 지은 현미밥에 소고기 민스를 들기름, 마늘, 레드와인, 후추에 달달 볶아 밥에 얹고 고추장에 쓱쓱 비벼먹었다. 아 이 곳은 천국. 소이밀크와 라이스 밀크를 섞은 것도 맛있다. 따뜻한 물에 갠 코코파우더에 찬 소이밀크를 섞으면 소이아이스크림 쏘 굳이 생각나서 더더욱 맛있다. 너무 나를 몰아세우지 않고 있는 걸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기쁨은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별 것도 아닌 사소한 일인데, 내면의 crisis를 겪고 나면 너무나 다른, 큰 행복이다. 이렇게 먹는다고 해서 살이 하루에 1,2kg씩 찌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지금 갈릭솔트에 칩스 한 스쿱과 내 얼굴만한 beef quarter pounder burger를 한 끼에 다 먹었다는 자랑질은 아니고, 음헤,헤,헤,헴.(루퍼스식 웃음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롱이는 나더러 skinny하다고 몇번이나 그랬고, 살다보면 여러 아줌마들에게 늘씬하다는 소리도 들으니 이정도면 불평 심하게 가질만한 몸매는 아닌것 같다. 단지 내 안에 있는 나의 이상향이라던가 내게 바라는 기대치가 내가 현재 가진 몸뚱이에 비해 높은 것 뿐.
그제부터 나는 벌써 루퍼스 콘서트 준비를 하고있다. 유튜브에서 몇번이나 봤던 영상들을 돌리고 돌리고 또 돌리고.
아무리 봐도 이 남자는 천재같아. 난 예술을 하는 남자에게 끌리나봐용. 빨간 셔츠도 너무 이쁘지만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하면서 진심으로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얼굴 자체도 예술이다. 음악은 말할 필요도 없다. 2분 40초부터 너무 좋아. 으히히히. 한 일주일 되었으려나 새벽에 갑자기 생각나서 going to a town을 들었을때 심장으로 와서 직격하는 것 같은 그 감동을 잊을수가 없다. 진짜 음악과 교감한다는건 이런거구나를 느꼈다. cigarettes and chocolate milk는 언제 들어도 너무너무 좋아. 담배필때 들으면 좋고, 담배랑 코크를 할때 들어도 더 좋고, 역시 노래제목대로 담배랑 초코우유를 같이 할때 제일제일 좋다. memphis skyline도 처음 들었을때는 정말 재미없다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조용한 새벽 이어폰으 끼고 들었을때의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눈물이 울컥하게 하는 노래다. 그가 지은 노래에는 하나같이 여러 세계가 담겨있다. 목소리에는 여지껏 살아온 모든게 담겨있는 것 처럼 들린다.
며칠전에 유튜브에서 nataly dawn이 커버한 cigarettes and chocolate milk를 듣게 되었는데 그것도 나름대로 참 좋더라. 여지껏 들었던 커버중에 제일 좋았다. 루퍼스 버전이 담배의 눅진한 타르에 초콜렛밀크의 찐득찐득 아찔하게 단 초콜렛밀크를 생각나게 한다면 위험할정도로 끌린다면 나탈리 버전은 가볍고 상큼한 refreshment같다. 폭신폭신한 chocolate flavoured so good, soy icecream처럼. 진짜는 아니지만 진짜만큼 좋은 것 처럼. 그냥 둘 다 좋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