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09. 12. 29. 22:01


오랫만에 만난 뱀파이어의 후계자(라는건 뻥) A! 검정색을 고집하는 블랙블랙뽀쓰의 그녀가 오늘의 화사하고 밝게 차려입었군요. 온통 꽃무늬에다가 흰양말에 직접 페인트한 신발까지 아주 러블리해요. 원래 알버트파크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내 뻐쓰가 너무 늦게 오는 바람에 결국은 하이스트릿 분수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거의 다 와서 문자를 해보니 가까운 록시땅에 있다길래 갔다가, 크리스마스 세일을 하는지 뭔지 거의 반값을 자랑하는 물건들에 홀려 결국은 질렀다. 나는 바닐라덕후란 말야.. 바닐라향만 나면 무조건 다 사고싶어져...... 필요했던 핸드크림 바닐라맛(향이지만 왠지 바닐라뒤에는 맛을 붙여야 할 것 같아)과 바닐라비누를 샀다. 비누만 보면 못 지나치겠어. 바닐라도 바닐라지만 말야. 미끈미끈한 비누를 손에 문대고 뽀골뽀골뽀골 부드럽고 향긋한 거품을 손에 잔뜩 만들어 내는 건 정말 기분좋은 일이니까요 :> 어쨌든 샵에서 나와 분수대 앞에 앉아있었는데 꽃무늬 가방에서 A가 고운 빨강 종이에 쌓인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선물이래요. 히히히히히.  


아, 아리땁기도 하여라. 온갖 크리스마스 스위트들과 은박지 뒤쪽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부두인형(은 정확히 아닌 것 같지만 그렇게 부르자)은 초록색의 러브하트를 가지고 있어요. she said it can be whatever i want it to be. 글쎄 누구일지 아직 모르겠다. 어쨌든 체리리쿼가들어간 초콜렛들은 알코올에 취약한 나한테는 좀 아니었지만, 폴 과자는 역시 맛있었고 민트리본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저기저기저기 트리를 안고있는 눈사람은 그저 그런 쿠키겠지 하고 한입 물었는데 입안에서 살살 녹는 진저맛이!!!!! 와우, 아무래도 아이싱슈가가 많이 들어간것 같은데 여지껏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과 식감이었다. 다음에 보면 곡 어디서 샀냐고 물어봐야지. 모양도 이쁜데 맛은 더 환상이었어! 진짜 감질맛나더라. 더 먹고싶어!

분수대 앞에 앉아서 뭘 하지, 뭐할까 하다가 우리는 걸어서 미션베이까지 가기로 했던 것이다. 걷고 걷고 또 걷고. 빅터 아레나에 도착하기전 나는 포딩에서 만보계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과연 미션베이까지는 몇 발자국이나 될 것인가.


날은 구름이 잔뜩 껴서 바람도 꽤 심했다. 하지만 걷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땀도 나지 않았고 더워서 탈진할 지경이 되지도 않았으니까. 소소한 잡담을 하며 걷고 또 걸었다.


걷고 또 걷고 길을 굽이 굽이 굽어 걷다가 뒤를 도아보니 저 뒤에 타운이 보인다. 우뚝 서있는 스카이타워. 와 많이도 걸었다 진짜. 같이 걷는 길은 참 좋았다. 미션 베이가 거의 다 와서는 울창한 나무숲길도 지나치고. 단지 단점이 하나 있다면 차를 끼고 걷는 길이라서 차 소리가 무지 시끄러웠다는거.



드디어 도착한 감격의 미션베이. 이때 만보계가 9000을 넘어있었지.



날이 흐려서인지 사람도 많지 않고 바람은 선선하고. 정말 상쾌하고 뜨인 기분이었다. 지난 몇일 동안 밖에 나가지 않았으니까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긴 걸음을 함께해서인지도 모르고. A는 내가 언제고 얼만큼이고 걷자고 해도 불평없이 같이 걸어주는 친구라 참 좋다.

여지껏 잘 알아채지 못했는데 사진에 은근한 비네팅이 돈다. 나쁘지 않은걸? 카메라 엘씨디는 좀 그지같아서 찍고 카메라로 볼때는 다 이상해보이는데 컴퓨터로 옮기면 맘에 드는 사진이 꽤 나온다. 이름도 붙여주지 않은 나의 서브인데. 그래도 항상 가방에 꼭 들어있고 나름 아낀다. 그러고보니 작년 부모님이 주신 크리스마스생일선물이네. 하하 매년 전자기기 하나씩. 히히.

집에 돌아와서 본 만보계는 11942. 세기 전에도 엄청 걸어댔으니까 하루종일 걸은 걸 따지면 만삼천정도는 될 것 같다. 와, 빨빨대면서 잘도 걸어다니는구나 나. 앞으로도 하루 만보를 목표로 정진하자! 건강을 위해, 나의 못말리는 통통한 하체를 위해서.
Posted by 기린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