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10. 1. 15. 22:51
"if you need to use the facilities. i can sneak you in" 확실히 오늘 나의 기분을 우주까지 날려버린 저 문장. 어쩜 이렇게 어제랑 오늘이 극과 극으로 달릴수있는거지? 정말정말 좋아서 기억이 새하얗게 날라갔지만 그래도 나중에 보면서 행복해 할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억을 쥐어짜내서라도 적어놔야겠어.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시리얼먹고 사과먹고 커피마시고 학교에 가서 4시간 단스스튜디오를 마치고 일람쪽으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우리학교는 올해부터 학교내 흡연 금지이기 때문에 학교 가는 길목쪽에 바닥에 앉아서 담배를 피고있었다. 시간은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점심먹을 시간도 지났고 퇴근시간도 꽤 남았다. 아마 밖에 나올일은 없을거같다. 그래도 이제 일람의 나의 place of comfort이기 때문에 습관처럼 가게 되는거다(라고 요새 나를 세뇌하고있다) 정신놓고 있다가 곁눈으로 누가 걸어오는게 보여서 고개를 휙 돌렸는데! 푸하하하으하하하하하하이게누구야으히히히히히히히히 렌즈때문에 눈이 불편해서 아닌줄 알았는데 걸음걸이가 대런이다. 이렇게 헷갈린 이유는 이 아저씨가 모자를 쓰고있었기때문이다. 벙거지모자라 그러나? 무려 무늬는 밀리타리. 진짜 ㅋ을 무한대로 쓰고싶어 지금당장! 거기에다가 수염있죠, 매트릭스풍 썬글라스꼈죠, 10년은 되보이는 헐렁한 청바지에, 무난하다못해 질리는 흰색 반팔 스트라이프셔츠 (그것도 딱 맞는게 아니라 헐렁헐렁해), 흰머리가 잔뜩인 구렛나루있죠. 묘사를하다보니 이건 뭐 세기의 패션테러리스트가 따로없구나..... 하지만 그래도 이뻐! 내눈엔 이뻐. 가방까지 둘러맨거보니 집에 가나본데 벤치도 아니고 땅바닥에 주저 앉아있는 내옆에 다정하게도 와서 같이 앉는다. 그래서 좀 놀랐다. 방학하고나서 내가 혼자있고 D가 혼자있을때 단 한번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옆에 앉아줘서 감동이다. 처음 몇번은 친절한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뭐 했는데, 자꾸 이러니까 내가 맨날 착각하고 혼자 히죽대다가 울잖아. 아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내가 써놓고도 계속 앉아달라는건지 그만하라는건지 알 수가 없네. 하여간 옆에 앉아서 진짜 이젠 쓰기도 귀찮다 그러니까 영어로써야지 what have you been up to? 맨날 볼때는 이런거 안 물어봐도 좋았는데 일주일에 한 번 보는 사이니까 항상 저렇게 대화를 시작하네. 아 맞아 그전에 내가 모자가 너무 웃겨서 whats with the hat?! 하면서 웃었다. 그랬더니 D도 웃으면서 낚시하러간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퇴근 일찍하는구나. 그래서 모자까지 갖춰서 썼구나, 아 어쩐지 맨날 홀쭉해서 뭐가 들어있긴한가 싶은 가방이 빵빵하게 터질것같았군. 머리 안 자른건 알지만 괜히 did you get a haircut?도 눈 땡그랗게뜨고(싶어도 그렇게는 안보인다) 물어보니까 아니라면서 그냥 머리 돌돌말아 넣은뒤 쓴 거라며 모자 뒤쪽을 들어서 머리칼 몇가닥을 손가락으로 집어보였다. 그바람에 긴 머리 몇가닥이 모자 밖으로 삐죽삐죽.  귀여워. 아 맞아 낚시간다 그러길래 나도 오늘 낚시 좀 했다고 낚시질했다. 사실 완전히 뻥은 아니다. 오늘 수업에서 다섯명이서 한 조를 만들어서 생선잡고손질하고 배 밀고 기타등등 어업을 주제로 춤을 만들었으니까. 아 진짜? 하고 물어보더니 yup, in the dance studio라고 하니까 특유의 표정으로 wooh, thats weird. 하면서 눈을 반짝반짝거렸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이상해. 그러더니 honours pass했냐고 물어봤다. 결과는 다음주에나 나온다고요. 헉 지금 무심코 달력을 봤는데 다음주 월요일이네 18일이? ...모르겠다 긴장감도떨림도없다. 그렇게 믿고싶다. 하여간 장난도 칠 겸 난 멍청하니까 못할거야 아마 했더니 온 얼굴 근육이 다 움직이는 표정으로 what?! if you're what am i? 하면서 오바를하신다. 혀 반쯤 내밀고 고개가 힘없이 툭 떨어진채로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두웨에에에........ ?? 순간 당황. 이렇게 오바해서 겸손떨면 정말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나친 겸손 역시 좋지 않다는 교훈을 되새기게한다. 그러다가 어제 애나스타랑 한 대화가 생각나서 내가 선수쳐서 물어봤다. can you expose xrays to get prints? 그랬더니 된대. 히히. "이 페이퍼 과제중에 프로젝트가 있는데  애나가 엑스레이 사진으로 하고싶대요. 걔가 다크룸 쓰고싶은데 그래도 되는지 너한테 이메일보낸다 그랬는데.." 했더니 oh if you need the facilities, i can sneak you in, ians going on a leave for three weeks 하면서 장난꾸러기표정을지었다. 이안은 못된악당캐릭터라 절대 방학동안 원래 학교에 못들어오는 학생들을 들여보내줄리가 없거든. 근데 "이안이 없는데 지가 어쩔거야 그치?" 하면서 너도 필요하면 와서 하라고 하는 친절하고 다정한 (아 진짜 쓰기 지겨운 이 단어들) 대런. 그러면서도 머리 한 구석으로 애나한테 했던말이랑 똑같잖아, 뭐야. 하게되는 인간의 마음이란 간사하기 그지없어. 그 전에 대충 프로젝트 얘기를 하면서 theme이 in the context of everyday movement라고 했더니 이 포토그래퍼 알아? 하면서 이름을 말해준다. 사람들이 걷는걸 찍은 사진작가라나. 이름이 괴상해서 써달라고 종이랑 연필줬더니 이름을 세개나 써줬다. 이히. 마지막에 써준 아티스트 이름은 first name이 eadweard라고 막 웃었다. 지가 써놓고... 그러면서 이 사람이 파티에서 자기 와이프 머리에대고 총 쐈다고 인터레스팅팩트도 알려줬어. 그래서 막 찾아보니까 에드위어드씨가 쏜 사람은 wasnt his wife, but her lover. 하여간 항상 뭔가를 빠뜨리거나 어딘가가 이상한걸 알려준다니까? eadweard도 종이에 edweard로 써놨다. 전에 glazier찾아 다닐때도.. ponsoby 라고 n빼먹고 결국은 그 유리집 주소 자체를 틀려서 헛걸음 했었지. 아니 어쨌든 이런거 다 제껴놓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제일 좋은건 end of next week부터 이안 휴가라고 그때 와서 작업하라고 한거다. 어제 내가 한없이 우울엉엉엉엉 지랄떨던게 하루만에 답이 나왔넹? 진짜 천사인갑다. 결국 나한테 제일 큰 문제는 나 같아. 퀸스트릿쪽으로 내려간다길래 같이 걸었다. 걸어가면서 대런이 얼마전에 zhoe를 만났다는 얘기도 했어. "걔는 6주동안 에세이를 6개 써야한다는데 너는 과제 별로 안많아? 아, 너 zhoe알아?" 알다마다요.. 걔는 내가 말하기도전에 내가 너 좋아하는거 알고 있던 애야! 걔 여자랑만 사귀다가 지금 일학년때 우리 튜터!였던 잘나가는아티스트랑 사귀고있어! 게다가 그 남자랑 나이차이 14살 난다고, 그 남잔 결혼도 했었고 애도 있는데!!! 아... 하고싶었지만 할 수 없던 이 말들. 조이는 키가 나보다 크다. 나보다 몸무게가 적게나간다. 이쁘다. 밴드에 있다. 전직모델이다. 재밌는애다. 시발 뭐로봐도 내가 꿀려. 이래서 걔는 14살차이연애가 되는거고 난 딸리는데 스무살을 바라니 안되는건가봐............. 아냐 기분좋게 쓰는 포스팅에 이런 내용 에비. 계속 길을 걸으면서 수학얘기도하고 놀러가는얘기도하고 플랫얘기도하고 그리고 기분좋게 헤어졌습니다. 지금쯤 그분은 생선을 포식하고 잠들어있겠지요. 굳나이티나이트!
Posted by 기린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