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모르게 당신을 봐도 속상한 마음이 드는 하루.
내가 시간이 많고 하는게 별로 없긴하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것도 많고 하고 있는것도 작지만 여러개 돼. 근데 당신이 뭐하고 지냈냐고 물어보면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나고 입도 안 떨어지는데 어떡해. 그래서 생각해보면 그동안 한 거라곤 당신 생각한거랑 학교주변을 서성거린것 밖에 없는것 같아. 근데 또 그건 아니란말야. 난 요새 베이킹도 열심히 했고 걸어다니기도 많이 했고 춤 연습도 열심히 했는데. 왜 항상 그 질문만 들으면 입이 안 떨어질까, 아무것도 하는거 없이 학교 주변에 가만히 앉아서 담배나 피면서 시간이나 죽이는 한심한 여자가 되어버리고 말까. 그러면서 또 했던 대화 곱씹어보면서 아 내가 왜 거기서 그렇게 대답을 한거지 하며 뒤늦게 머리 쥐어짜고 속상해하고 슬퍼하면서 새벽을 보낼까.
do you have a life?
NO i have the most boring life in the whole universe
진짜 한심한 대답에 한심한 사람이다. 나같아도 정 떨어지겠다. 자기 인생에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한테 좋은감정이 생길리가 없잖아. 울고싶어. 오늘은 안볼거야 내일은 안봐야지 하면서도 습관처럼 학교로 가고있어. 진짜 정말로 다음주가 되기 전에는 가지말아야지, 잘했잖아 저번에 거진 한달을 안보고도 잘 지냈는데 이제와서 왜 이러니. 4x5 카메라는 자기 소관이니 빌려가도 괜찮을거라고 친절하게 말해줘서 고마웠어요. 다음주에는 꼭 갈거야. 다크룸과도 행복한 재회를 할 거고 라이팅 스튜디오를 휘젓고 다니면서 사진도 찍어야지. 그리고 그때는 요새 베이킹을 열심히 한다고 말하면서 코코파우더와 집에서 잘 볶은 땅콩을 잔뜩 넣은 비스코티를 만들어가져가야지. 요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은 전부 모순투성이야. 아까 저녁을 먹을때 쑤한테 i think it's time i let go. 라고 했는데. 근데 사실은 전혀 아냐. 아니 그것도 아닌가. 이제 그만할때도 됐다고 생각하는것 까지는 맞으니까. 단지 맞는 그 길을 따라갈수가 없어서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