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2010. 6. 10. 11:37

요새는 디지털카메라로 찍는건 내 더러운 방안에 널부러져 있는 나 자신뿐이다. 그냥 내 꼴이 얼마나 추례한가 사진으로 보면 어떨까 싶어서 이렇게 저렇게 쌩지랄을 하면서 셀카를 찍고는 한달이나 지나서 컴퓨터로 옮기는게, 비싼돈 쳐 들이고 산 내 DSLR의 운명... 아 슬프다. 그렇지만 아날로그 사진 작업이랑은 비교도 안되게 심심해서 뭔가를 찍어야 겠다는 생각이 요새는 잘 들지 않는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가고 있어 위험해. 하지만 그렇게 느끼는것도 사실이니까 당분간은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조만간 날을 잡아서 (아니 이런걸로 날까지 잡는다는것도 뭐하지만, 이렇게 날까지 잡아야 한단말을 써야할 정도로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찍어서 컴퓨터로 옮기고 블로그에 옮기는게 필름에 찍고 깜깜한데 틀어박혀서 프로세스하고 핸드프린트하는것보다 귀찮아) 나의 새 카메라베이비들을 찍어줘야겠다.

카메라베이비들은 둘인데 아직 둘 다 이름이 없다. 마땅히 어떤 이름을 지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나는 4x5다크슬라이드가 들어가는 핀홀이 두 개 달린 와이드 앵글 핀홀카메라(나무로 만들어서 sturdy하다. 워크샵에서 작업복을 입고 귀마개를 착용하고 능숙하게 나무를 자르는 대런의 모습은 매우 남성스러워 나를 설레게했다ㅋㅋㅋㅋㅋ), 오늘 새로 탄생한 베이비는 앙증맞은 사이즈의 종이상자, 존 플레이트 카메라. 사실 둘다 내가 만들었다기보다는 d의 input이 더 크지만.... 그래도 결국은 내 카메라야. 흥. 나는 머리를 마구 굴리는것보다는 무언가 손으로 직접 만지고 부딫혀서 오는 느낌에 굉장한 만족감을 얻는 타입인것 같다. 마음에 드는건 내 손에 쥐고 놓고싶지가 않아서 들고다니다가 좋아하는걸 더 잘 잃어버리기도 하는 슬픈사실이 함께한다는건 아이러니지만 어쩌면 깨달음을 얻어야할 진리인지도 모르겠다. 아 뭔가 왜 자꾸 글을 쓰다가 삼천포로 가는것 같지, 하고싶었던 말은 올해 들어서 나한테 새 카메라가 두개나 생겼다는거고 돈은 20불도 안들었다는거야, 나무 쪼가리도 워크샾에서 굴러다니는거 치수채서 알뜰하게 잘라서 만들었고 사야했던거는 볼트랑 윙넛, 합해서 8불. 오늘 산 카드보드 7불정도? 15불정도에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카메라가 내꺼다. 게다가 좋아하는사람이랑 같이 만들었다! 게다가 그 분은 핀홀카메라 만들기 20년 경력의 익스퍼트지. 히히 이건 돈으로 환산할수없어 어디서도 살 수 없어!

그건 그렇고 아침 10시쯤 늦장출근을 한 대런은 평소보다 매우 부시시한 얼굴로 내 다크룸에 고개를 내밀었다. 어제 오프닝이었으니 술을 퍼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갔나해서 많이 마셨냐니까 술 들어가면 사람들이랑 얘기할때 침 열라 튀어서 하나도 안마셨댄다. 이 시발 웃곀ㅋㅋㅋㅋ 오프닝 안간다고 하더니 결국은 갔어, 그럴줄 알았어! 하지만 난 전혀 갈 기분이 아니었어, 하지만 갔으면 좋았을 거 같긴해... 조금 아쉽긴하지만 나는 더 좋은 아티스트토크갈거다!!!! 얼마나 좋은기회야, 남들 눈치 안보고 대런얼굴 뚫어져라 봐도 상관없어. 나는 사실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 다크룸 들어오자마자 카메라만들준비됐어?!해서 조금 감동했다. 칼라프리팅문제로 애나스타한테 전화했는데, 애나가 자고있어서, 자다가 전화받아서 그게 좀 질투났지만, (아.... 대런이 전화해서 깨는 잠이라니 황홀하겠다. ..나 왜 점점 빠순모드로 가는것같지?) 아니 근데 이 아저씨 나한테는 전화 한번도 안하고 문자하면서! 아 뭐 애나는 집으로 전화한거고 학교전화 쓴거니까 그냥 쉽게 받아들여야 내 맘이 편해지긴 하겠다... 어쨌든 전화 내용으로 판단하건데, 원래 어제 애나 도와주기로 해서 오늘 카메라 만들기로했었는데 키히히히히히 어제 대런이 막판까지 프린팅하느라 애나를 결국 못 도와줘서 다음주 쯤으로 시간 잡자는 대략 그런 내용이었음. 그런데 오늘은 느지막하게 학교에 어슬렁대고 와서 나 카메라 같이 만들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애나랑 전화끊고 나한테 너도 칼라프린팅 할거야? 응 나중에 해야지, 그럼 너도 애나도와줄때 와. 아라쏘.히히히. 뭐 두번설명안하고 한번에 끝내면 편해서 그런거겠지만 ㅠㅠ 그냥 나 챙겨주는거라고 생각할래.
Posted by 기린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