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읽기, 보기2008. 2. 14. 22:09


히스가 죽었다는 사실이 그냥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근데 어제 ㅁ언니 홈에서 히스가 나왔던 영화 영상을 보는데 웃고있는 밝은 모습을 보는게 너무 견디기가 힘들어져서 눈물이 막 나는거다. 갑자기 왜 거기서 히스가 진짜 없구나 라고 느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노랫소리랑 얼굴이 자꾸만 맴돌아서 하던 과제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아침 6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밖에는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면서 창문에 물방울을 남겼다. 귀, 꼽은 이어폰에는 마치 브로크백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운드 트랙이 작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꿈에 히스가 나왔다. 배경은 좀 뜬금없게도 빌라 마리아 칼리지, 우리 학교 홀이었다. 넓은 홀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뒷쪽에서 무언가를 분주하게 준비하는 사람들과 나, 그리고 앞쪽 피아노에 가만히 히스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Mrs Chirnside가 나한테 오더니 오늘 노래를 해 줄 사람이라고, 나한테 페이지 터닝을 하라고 했던가, 아니면 옆에서 장비를 옮기면서 어시스턴트로 있으라고 했다. 히스가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했는데, 꿈에서도 넋이 제대로 나가있었는지 일어나서는 기억을 못하겠다. 어쨌든 멍하게 정신을 놓고있던 나한테, 어느새 히스가 옆에와서는 "I have finished, I think. Could you please bring those gears over there?" 라고 말을 거는데..바로 앞에 있는데도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괴리는 엄청나게 커서 얼떨떨했다. 가서 이런저런 선들을 둘둘 팔에 감고 왔는데, 아니 히스가 제이크랑 말을 하고있네? 일을 끝내고 집에 가려고 했던 나는... J를 찾아서 그 쪽 버티칼그룹에 앉았다. 졸업생이라는 이름덕에 사복으로 교복을 쫙 빼입은 여자애들사이에 앉아있어도 뭐라고 하는 선생님은 없었다. 어느새 홀은 꽉차고, 히스랑 제이크는 저 쪽 끝에, 나는 이 쪽 끝에서 둘이 얘기를 나누는걸 흘끔흘끔 바라보고만 있었다. 분명히 꿈이라는 자각도 있었는데, 바보같이 더 들이대지 못하고!!!!.... 아 후회된다. 앉아있다보니 히스가 다시 앞쪽으로 걸어가서 피아노에 우아하고 고고하게 앉아 노래를 했지. 꿈에서 줄곳 그러듯 시간이 휙휙 지났는데 학교 복도에서 히스랑 어떻게 걷고있었다. 현실에서 내가 히스가 죽은걸 알아서이기 때문인지, 꿈에서 히스는 살아있었지만 곧 죽을거라는 걸 확실하게 알고있었다. 불치병이었다. 그리고 며칠후에 그가 죽었다는 소식에 서글픈 감정들이 막 올라오던 때 즈음에 잠에서 깼다. 날은 여전히 흐리고 비도 계속 오고있었다. 그가 꿈에 나온게 너무너무 행복하고 기뻤다.


He might have to stay with his married daughter until he picks up another job, yet he is suffused with a sense of pleasure bacause Jack Twist was in his dream.


저 구절이 너무 생생하게 와닿았다. 이를 닦고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잠을 조금밖에 못자서 피곤하고 먼 길을 걸어 가야 하는데도, 작은 트레일러에서 살던 에니스가 그 날 쫒겨날 처지인데도 잭 트위스트가 꿈에 나와서 마냥 행복해하던 것 처럼, 나도 행복한 기분에 들떴다. 에니스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싶은게.  

그런데 길을 걷다보니까 먹먹한 슬픔이 어느새 나를 온통 갉아먹고있다. 울 것 같은 기분으로 우선이 없어서 비를 다 맞으면서 회색길을 걸어가는데도 자꾸 생각이 난다. 얇은 플랫슈즈에 돌멩이 감촉이 느껴지는것도 슬펐고, 안경이 뿌옇게 번지는것도 슬펐다.



The stale coffee is boiling up but he catches it before it goes over the side, pours it into a stained cup and blows on the black liquid, lets a panel of the dream slide forward. If he does not force his attention on it, it might stoke the day, rewarm that old, cold time on the mountain when they owned the world and nothing seemed wrong

and when i came back home and had the book in my hands, read that paragraph.. I realised that i shouldn't have let the dream stoke my day. yea, Ennis sure knew better than I.. the mixed sense of pleasure and pain is just.. just too much to take in.



Around that time Jack began to appear in his dreams, Jack as he had first seen him, curly-headed and smiling and bucktoothed, … … And he would wake sometimes in grief, sometimes with the old sense of joy and release; the pillow sometimes wet, sometimes the sheets.

새벽. 에니스를 조금 이해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하루였지만 행복함과 동시에 슬픔이 꼭 체한 것처럼 가슴 한가운데를 꾹 짓누르고있다. Hope to see you again soon but promise me that you won't make me wake up in grief like Jack did to Ennis. It was lovely to see you really.
Posted by 기린c